시험불안과 집중력

공부 환경과 목표, 계획, 휴식 등 집중에 앞서 살펴볼 일상적인 조건들을 원장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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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에 대하여

국어사전에 보면 집중력이란 ‘어떤 사물에 대하여 정신을 집중하는 힘이나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나온다. 정신의학에서 집중의 정의는 ‘받아들인 외부 자극에 대하여 중요하다고 선택된 자극에 집중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정신적인 힘’이라고 되어 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공부와 관련하여 생각하는 집중력과 다소 동떨어진 의미가 들어 있지만, 대개 ‘자신의 정신적·육체적인 힘을 자신에게 필요한 어떤 곳에 모으는 힘’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집중력이나 주의력(주의력은 각성, 집중, 연상의 과정을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이다) 부족 현상은 정상적인 학습 장애를 동반한 상태를 말한다.

한의원으로 내원하여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분들의 문제는 정신과에서 말하는 집중의 문제보다는 공부 방법의 문제로 야기된 속칭 ‘집중력’의 문제가 많다. 그래서 나는 집중력에 대한 신경의학적, 정신의학적인 접근 방식들이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세한 영역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책이나 인터넷 정보에서 신경학적인 해석으로 뇌간에 있는 망상체, 대뇌피질의 연합영역, 각성을 담당하는 limbic system(해마, 시상 등)을 들어서 설명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원하는 집중력의 문제와는 동떨어진 설명이 많다.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집중력은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집중력에 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집중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렌지한의원에 집중력을 검사하는 뇌파 측정기가 있는데, 그 원리를 알기 위해 뇌파에 대해 약간 설명을 해 보자.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m)는 뇌의 전기적인 활동을 머리 표면에 부착한 전극을 이용하여 측정한 전기신호다. 이렇게 발생한 뇌파는 매우 복잡한 패턴으로 진동하는 파형 형태로 보인다. 따라서 뇌파 파형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좋지 않다. 흔히 뇌파를 관찰할 때 주파수에 따라 분류하는 파워 스펙트럼 분석을 이용하는데, 파워 스펙트럼 분석은 뇌파가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단순 진동들의 선형적 결합이라고 가정하고, 이 신호에서 각각의 주파수 성분을 분해하여 그 크기(또는 파워)를 표시한 것이다. 즉 전극을 이용하여 나온 파형은 주파수가 여러 가지 섞여 있는 파로 보고, 각 주파수를 분리해서 진단에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뇌파는 진동하는 주파수의 범위에 따라 인위적으로 δ파(0.2~4Hz), θ파(4~8Hz), α파(8~13Hz), β파(13~30Hz), γ파(30~50Hz)로 구분하여 부른다. 델타(δ)파는 주로 정상인의 깊은 수면 시나 신생아의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세타(θ)파는 정서 안정 또는 수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파로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알파(α)파는 긴장 이완과 같은 편안한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며,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일수록 진폭이 증가한다. 감마(γ)파는 베타(β)파보다 더 빠르게 진동하는 형태로 정서적으로 더욱 초조한 상태이거나 추리, 판단 등의 고도의 인지 정보 처리와 관련이 깊다.

베타(β)파는 주로 전두부에서 많이 나타나며, 깨어 있을 때나 말할 때와 같이 모든 의식적인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 특히 불안한 상태나 긴장 시, 복잡한 계산 처리 때 우세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베타(β)파를 집중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베타(β)파를 주파수에 따라서 SMR(낮은 베타파), M Beta(중간 베타파), H Beta(높은 베타파)로 세분하여 계산을 했다.

이 기계가 검사하는 집중력의 지표는 ‘Power Ratio of(SMR + M Beta) / Theta’ 값을 계산하여 컴퓨터가 표시한다.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방법으로 설명해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보여 주면 그 결과를 보고 집중력에 대하여 어떤 확신을 가진다.

과연 이 기계가 집중력을 제대로 보여 줬을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묘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이 기계가 얼마나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단지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측정한 신경 전기 신호로는 복잡한 지적 과정을 절대 측정할 수 없다.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주위의 많은 이야기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런 신경학적, 의학적 분석보다 실행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집중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고 그 실재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집중력의 문제는 환경 문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대개 학교나 도서관에서는 집중이 잘되는데 자기 방에서는 공부가 잘 안 된다. 그것은 자기 방은 잠자거나 휴식을 위한 도구,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등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극에 의해 반응을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책상 위 청소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일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보는 부모가 있다면 지금 아이의 공부방을 둘러보자. 만일 책상 위가 깨끗하고 주변 정리가 잘되어 있다면 집중력을 키워 주는 엄마이고, 정돈이 안 되어 있고 집중에 방해될 것이 잔뜩 있다면 노력이 필요한 엄마라고 할 수 있다.

2) 집중력의 문제는 마음가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은 집중력과 관련이 크게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하다. 세상일에 대해 항상 불평하고 짜증내는 사람은 집중이 잘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머리는 기분 좋은 일을 기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누가 기분 좋은 추억을 두고 짜증나고 힘든 일을 기억하려고 할까? 괜히 짜증내고 힘들어 하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이 안 되고 성적도 안 오르기 마련이다. 생각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 가령 문제집을 풀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틀렸다. 그러면 “아 왜 이래……. 진짜 재수 없어.”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야 다행이다. 만일 시험에 이렇게 나왔으면 얼마나 틀렸을까? 내가 이런 부분을 모르고 있었구나.” 또 공부할 때도 “왜 이리 해야 할 공부가 많아 짜증나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야,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것까지 다 알게 되었을까?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걸 알아낸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라는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긍정의 징크스를 하나씩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공부하는 데 긍정의 자기 암시는 아주 좋은 분발 촉진제로 작용한다. 자기 스스로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인데, 그런 것을 징크스와 연결시키라는 말이다. 예를 든다면 ‘비가 오면 나는 공부가 잘된다.’는 긍정의 징크스를 만들면, 비가 올 때 뭔가 집중이 잘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3) 집중은 생각보다 오래 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즐겁고 힘들지 않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괴로울 때가 많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고 하는 것보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할 때 훨씬 쉽고 잘할 수가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멀리로는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는 어디인가 등 마음속에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까이 보면 이번 주의 목표는 무엇인가? 오늘 공부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수업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자습시간에 어떤 것을 할 것인가를 꼭 생각한 다음에 공부를 해야 흥미도 생기고 집중도 잘된다.

사람이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짧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짧은 시간 단위로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즉 계획을 길게 세우지 말고 짧게 끊어서 세우는 것이 집중력이 필요한 공부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한 과목을 오랫동안 공부하기보다는 관심 있는 과목부터 공부하되 집중이 올라가면 관심 없는 과목으로 옮기고, 싫증이 나면 관심 있는 과목을 공부하는 방법이 좋다. 그리고 해야 할 공부가 많을 때에는 계획을 먼저 세운 다음 중요하고 급한 공부를 먼저 처리하고 다음에는 덜 중요하거나 덜 급한 공부를 하도록 한다. 그러면 집중력이 강할 때 중요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4) 난이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난이도가 너무 낮으면 시시해서 지루해지기 쉽다. 너무 어려우면 진행 속도가 늦어 집중이 떨어진다. 그래서 공부도 적절한 수준에 맞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문제집을 이용한 공부가 중요한데, 나 같은 경우는 적절한 문제 풀이를 이용하여 집중력 향상을 도모했다. 문제집도 역시 실력에 맞는 적절한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이 집중력 향상과 실력증대에 도움이 된다.

5) 장시간 집중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수다.

중간 중간 휴식이 필요하면 가볍게 몸을 풀어 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너무 과격한 것보다 가벼운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괜한 게임이나 하면서 머리에 열을 더 올리는 사람은 공부를 잘할 리가 없다. 계속된 공부로 머리에 열이 오르고, CPU가 잘 안 돌아가는데 계속 작업하면 안 된다. 잠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CPU의 열을 식혀 주면 열 받은 머리가 얼마나 고마워할까?

이 글은 작성 당시의 경험과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진료에 관한 판단은 의료진과 상담해 주세요.

이종한 원장

글과 강의 이종한오렌지한의원 원장 ·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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