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기억은 약호화·저장·인출의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망각은 기억 체계의 세 가지 단계 중 어느 하나의 실패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약호화가 부적절하거나, 저장 도중에 정보가 왜곡되거나, 저장 용량이 적거나, 찾아 끄집어 낼 수가 없어서 망각이 일어날 수 있다. 즉 망각은 기억의 다른 측면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기억의 연구는 회상과 망각에 과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1.망각곡선
유기체가 경험한 내용을 보존하는 과정이 기억이다. 경험내용을 보존하는 것을 파지(retention)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경험내용을 파지할 수는 없다. 즉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많은 양의 정보가 망각된다. 파지와 망각은 같은 현상을 다른 측면에서 말하는 것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파지량 혹은 망각량의 변화에 관한 그림이 파지곡선 또는 망각곡선이다. 즉, 파지곡선을 거꾸로 보면 망각곡선이 된다.
그림은 Ebbinhaus 가 무의미철자 학습에 기초하여 1885년에 그린 망각곡서이다. 여기서 학습한 직후에는 상당량이 망각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망각의 정도는 완만해짐을 볼 수 있다.
2.흔적쇠퇴설
망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관한 초기의 이론이 흔적소퇴설 또는 불용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억이란 경험의 결과가 기억 흔적(memory trace)으로 남은 것이며, 망각이란 기억 흔적이 쇠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망각이란 시간경과에 따른 사진의 점진적인 퇴색이나, 비석에 새겨진 문자의 점진적인 마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학습했던 내용을 계속 사용하면, 흔적이 유지되어 쇠퇴하지 않으나 반복·암송하지 않으면 기억 흔적이 쇠퇴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망각은 약호화나 인출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저장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억쇠퇴이론은 여러 가지 근거에서 망각현상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가장 큰 약점으로는 파지기간중에 피험자가 행하는 활동의 종류에 따라 망각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Jenkins와 Dallenbach는 수면기간과 각성기간의 망각률을 비교하였다. 그들은 피험자들에게 무의미철자의 학습을 밤 늦게 하거나 아침 일찍 하도록 하였다. 두 집단의 피험자들은 그림에서처럼 파지검사 결과 수면조건과 각성조건 사이의 파지량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불용 그 자체가 망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될 수 없게 되었다. 흔적쇠퇴설에 의한다면 실험자가 피험자들에게 학습했던 모록을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성시에 이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각성조건에서 회상률이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수면중에 생긴 대부분의 망각은 꿈과 관련된 수면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Jenkins와 Dallenbach의 연구는 현재 널리 알려진, 망각이 파지기간을 채우고 있는 활동내용의 함수라는 사실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흔적쇠퇴설에 반대되는 또 다른 종류의 실험적 증거가 있다. 예를 들면, 원래 학습에 선행된 활동의 성질도 고정된 파지기간 동안에 생긴 망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흔적쇠퇴설이 망각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인용했던 반대증거가 불용이 망각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음에 유의히야 한다.
3.간섭설
흔적쇠퇴설은 여러 가지 근거에서 망각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피험자가 수행하는 활동의 종류에 따라 망각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간섭이론이다. 간섭이론에서는 망각이 단순히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한 내용을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 간섭하기 때문에 망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아무런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면 학습한 내용은 망각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이론이다.
간섭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새로 학습한 내용이 이전에 학습했던 내용의 회상을 간섭하는 역행억제(retroactive inhibition)와 그 반대로 이전의 학습이 나주으이 학습내용의 회상을 간섭하는 순행억제(proactive inhibition)가 그것이다. 즉 시간이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간섭이 일어나는 현상을 순행억제, 반대방향으로 간섭이 일어나는 현상을 역행억제라 한다. 당신의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가서 새로운 전화번호를 갖게 되었을 때, 당신은 과거의 전화번호를 빨리 기억해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과거의 전화번호를 생각해 내려 하면 새로운 전화번호가 자꾸 생각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역행억제의 한 예이다. 또 당신이 A라는 곳에 살다가 B라는 곳으로 이사했을 때 B 주소를 생각해 내려 하면 과거의 A 주소가 자꾸 생각이 나서 회상에 간섭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이 순행억제의 한 예이다.
실험실 상황에서 간섭을 연구하는 전형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역행 억제의 경우는 먼저 실험집단의 피험자에게는 A-B쌍(예:하늘-안경)을 학습시킨다. 그 다음 새로운 A-C쌍(예:하늘-연필)을 학습시킨다. 그런 후 제3단계에서 A-B쌍 중 A를 제시하고 B의 회상을 요구한다. 통제집단의 경우는 제2단계에서 A-C대신에 D-C를 학습시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실험집단과 동일한 절차를 밟는다. 이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런 절차에 따라 제3단계에서의 회상량을 비교해 역행억제의 경우를 보면 실험집단이 통제집단보다 반응어 B(안경)를 훨씬 적게 회상하였다. 이는 나중에 행한 A-C의 학습이 A-B의 인출을 심하게 방해했기 때문이다. 즉 역행억제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순행억제의 경우도 실험절차는 유사하다. 다만 역행억제에서 1단계와 2단계가 바뀌어졌을 뿐이다. 그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순행억제의 경우도 실험집단이 통제집단에 비해 BDP 대한 회상량이 적었다. 이는 A-B를 회상하는 데 유사하지 않은 D-C보다 유사한 A-C가 많은 갑섭을 했기 때문이다. 즉 순행억제가 나타났다. 아침 공부와 저녁 공부가 낮의 일과중에 하는 공부보다 효과적인 것도 간섭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아침공부는 순행억제가 없고 저녁 공부는 역행억제가 없기 때문에 회상이 잘 될 수 있다.
4.동기적 망각
망각은 동기적 또는 정서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이론가들은 우리가 망각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수시로 망각된다고 믿는다. Freud에 의하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문제나 경험들을 무의식 속으로 억압함으로써 망각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린다거나 인생의 어떤 시기에 경험했던 어려운 일들을 잊어버리고 그 시기를 매우 행복했던 시절로 회고하기도 한다. 도박꾼들은 돈을 잃었을 때는 잊어버리고 땃을 때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들은 종종 땄을 때만을 생각하여 그 동안에 상당한 재미를 보았다고 과장된 인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동기화와 망각의 관련성은 정신분석가들에 의해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들은 이것이 비정상적인 또는 신경증적인 행동을 형성하는 데 한몫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상적으로 잘 적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들 대부분은 망각하고 싶은 고통스러웠던 사건들을 계속 기억하기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동기화된 망각이 수시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만틈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것같다.
5.응고설
파지기간중의 휴식과 활동의 효과를 설명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의 하나가 기억에 대한 생리적인 이론으로서, 고집-응고설(perseveration-consolidation theory)이다. Hebb(1949)에 따르면 특정한 시간에 발생한 사건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억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그 사건에 뒤이은 일정량의 시간적 경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습에 의한 신경활동은 외적인 자극이 끝난 후에도 기억이 응고되는 화학적 상태가 만들어지기 위해 충분한 양의 전기적 반향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ekdmadpei 기억이 고정되거나 응고된다는 것이다. 응고이론에 관한 증거자료는 대뇌 손상자들의 기억상실에서 얻어 낼 수 있다 대뇌에 손상을 받으면,손상을 받기 직전에 일어난 일들을 망각하는 역향성 기억상실증을 일으킨다. 역향성 기억상실증을 일으킨다. 역향성 기억상실은 사고 직전에 일어난 사건에 관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응고되기 이전 단계, 즉 단기기억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기억장애
기억장애란 기억과정이 장애를 입은 것을 말한다. 교통사고 등의 신체적 외상이 외상성 기억상실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기억상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역행성 기억상실증이고, 다른 하나 순행성 기억상실증이다. 이 두 가지 종류의 기억상실증들은 단독으로, 또는 병행해서 일어날 수 있으며 때로는 기억상실 기간 내에도 기억이 손상죄지 않은 채 잘 회상되느 부분이 있다,
역행서 기억상실증은 뇌에 심한 타격을 받은 경우 그 이전의 사건들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뇌를 손상당한 환자가 사고 이전의 일정 기간 동안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전기 충격이나 인슐린 같은 약물에 의한 충격을 받고 나면 그 이전의 일들을 회상하지 못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충격이 심할수록 망각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때로는 충격이 심하여 최근 기억뿐 아니라 오래된 옛날 기억도 상실하여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 주소 등 자기의 과거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시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기억상실증의 증세가 심하더라도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면 사고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 낼 수가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 즉 밥을 먹고, 일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옷을 입는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 낼 수가 있다. 또한 일생생활에 필요한 일, 즉 밥을 먹고, 일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옷을 입는 일들은 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억상실자들에게 적절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위해 이전에 살던 동네로 데리고 간다거나 부모를 만나게 하면, 기억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기억해 내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대부분의 기억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면 장기적 역행성 기억상실증은 장기기억에 저장된 기억내용이 상실됐다기보다는 기억 내용을 인출하는 과정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충격을 받은 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기억장애이다. 순행성 기억상실증의 단기적 장애는 역행성 기억상실증이 심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수가 많다. 이는 충격으로 말미암아 망각정보가 초기기억으로 약호화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대부분 기억능력이 정상 상태로 회복되기가 어려우며, 해마의 손상이나 알콜 중독에 의한 Korsakoff 증후군에서 나타난다. Milner와 그의 동료들은 만성적 간질발자을 앓고 있는 H.M이라는 환자에게 측두엽절제수술을 하였다. 수술결과 간질발작은 경감되었지만, 해마를 잘못 손상시켰기 때문에 순행성 기억상실증을 나타냈다. H.M은 수술 6개월 후에 다른 집으로 이사했지만 계속 그전 집으로 가다거나, 친척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계속 슬픈 감정을 나타내곤 하였다. 만성적 순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데 큰 장애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