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위와 열위의 문제
한국의 70년대는 다자녀에 폭발적 인구 증가의 시기이다. 그래서 그 시기를 살았던 우리는 항상 경쟁 속에서 살게 되고, 마음속에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여 다른 사람한테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또한 사회도 좁은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그 사람들 사이에 서열을 매겨서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하기도 하였다. 아마 우리나라 사회의 서열화는 그런 과정에서 생기지 않았나 싶다. 더구나 서양 사상의 직선적인 체계에서는 경쟁과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 우월과 열등이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양의 오랜 사상들과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기본 이론인 음양과 오행은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쁘지 않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陰(음)과 陽(양) 중에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여자와 남자만 보더라도 각각의 특징이 있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지, 서로 비교를 하여 어떤 성별이 다른 성별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오행인 木(목), 火(화), 土(토), 金(금), 水(수)는 세상의 만물을 각 특징으로 5가지로 대별하여 배속하였는데, 서로 상생과 상극에 의해 상호 도움을 주거나 상호 제약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것이 특별하게 다른 것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이것은 마치 “가위, 바위, 보”처럼 “가위”는 “보”를 이기지만, “가위”는 “바위”에는 진다. 즉, 세상에 무조건 이기는 것은 없고 서로 얽혀 돌아갈 뿐이다.
처음 한의학의 음양오행의 이런 사상을 듣게 되면, 고등학교 까지 가졌던 내 생각과 너무 달라서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를 든다면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먹이 사슬의 가장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먹이 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간은 결국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미생물의 먹이 되는 것이다.
원장 이종한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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